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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청춘은 강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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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2.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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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종로와 강남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2월에 접어들며 그 인기는 한풀 꺾인 듯이 보이나 아직은 열기가 후끈후끈하다 말할 수 있겠다. 뭐? 요즘은 신사동이 아닌 종로와 강남이 핫 플레이스냐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미안하다. 내가 말하는 ‘전성기’ 혹은 ‘후끈후끈한 열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의미와 조금 다르다. 종로와 강남을 점령한 무리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들은 옆구리에 클러치 대신 특정 학원의 이름이 새겨진 파우치를 들고 있다. 온갖 커피숍에 삼삼오오 모여 혹은 독고다이로 영어책을 펴들고 몇 시간씩 죽치며 점령하고 있다. 2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스펙업’이라는 한국 대학생들의 절대적 숙명으로 대동단결하여 모인 이들이 있기에 종로와 강남은 뜨겁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불과 몇 일전까지 이들과 같은 사명을 지닌 채 종로를 활보했었다.

필자는 1월의 시작과 동시에 이들 무리에 합류했었다. 이번 방학만큼은 ‘나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영어 점수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와 함께 말이다. 상쾌하고 힘찬 발걸음으로 향한 첫 수업 날 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인기있는 학원이라지만, 방학이라지만 계단까지 줄을 서 교실에 입장하는 첫 장면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틈에 낑겨 교실로 들어서 일단 아무자리나 차지하고 보았다.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밀려드는 학생들로 인해 교실은 과포화 상태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학생들은 간이 책걸상을 펴들고 교탁까지 점령했다. 셀 수 없는 인원으로 교실의 온도는 자꾸만 올라가고 한겨울에 에어컨을 키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뒤이어 진행되는 수업시간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수련회를 떠올리게 했다. 놀기 위해 온 것이 아닌 1박 2일 동안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자 온 것이라던 조교의 말처럼 선생님들은 매 시간 방학동안 자신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모든 욕망을 포기하고 오직 영어 시험에만 정진하라며. 뭐 이후 한달의 생활은 생략하겠다. 굳이 말하자면 영어 시험의 충성심 넘치는 노예로서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고 보기도 힘든 애매모호한 한달이었다.

물론 나름 생산적인(?) 한달이었기에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학원을 다니다 보니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영어점수 혹은 자격증, 대외활동, 기타 등등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그래서 필자는 실제 이 무리에 속한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꿈 혹은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는 뭔가요?’ 우선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잘 모르겠어’ 혹은 ‘그냥 전공 살려서 대충...’ 이란 의견이었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대답은 이것이었다. ‘무조건 대기업 갈거야’ 혹은 ‘돈 많이 버는 게 내 꿈이야’. 뭐 워낙 요즘 화두가 되는 문제이기에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일지는 몰랐다.
그런데 정확한 목적이 결여된 수단,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필자는 대기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절대 악감정이 없다. 다만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어느 곳에서 일’을 하느냐가 어떻게 당신의 꿈이냐는 것이다. 어째서 수단을 위해서는 그 한 몸 불사르면서 왜 당신 인생의 목표 설정은 이렇게 등한시 하는가.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의 수많은 이들은 목적이 아닌 수단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수단에 맞추어 목적을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의 방학이, 학창 시절이 그리고 젊음이 시름시름 앓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도약대인 젊음은 더 이상 제구실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잃어버린 이 몸짓은 나아가기 위한 준비 운동보다는 고통의 몸부림에 가깝다. 당신은 한번뿐인 청춘을 이렇게 흘려보내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돌아보아라, 찾아보아라. 당신은 당신 인생의 주인이다. 언제까지 수단에 이끌리는 가여운 삶을 두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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