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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Ent.의 국외 진출로 보는 한류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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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 13.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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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간다. SM Ent.(이하 SM)의 파리 공연을 전달하는 언론의 시선은 대략 이러하였다. 공연 자체는 중간에 정부가 끼어있는 것이라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손 쳐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상당히 놀라웠다. 안그래도 우리나라 가요를 낮게 보는 시선을 토대로 ‘아이돌’이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까지 덧칠하면 이 기획사가 탐탁치 않은 것이 보통인데, 이런 회사가 유럽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을 넘어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팬심어린 항의가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취향에 따른 호오가 어찌 됐든 상당히 긍정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를 한류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를 남길 수 밖에 없다. 첫째로, 그간 SM이 국외 진출(일본의 사례가 많으니 일본으로 한정짓겠다.)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독특하다. 한국에 수입된 미국 음악의 경우, 영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이를 하향식(Top-down) 접근이라 한다면 SM이 사용하는 일본 진출 방법은 이와 반대된다. 비교가 쉽게끔 이를 상향식(Bottom-up) 접근이라 하자. 보아와 동방신기 등의 SM 초기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상 국가의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곡을 취입하고 방송 활동을 한다. 

같은 동양, 더구나 한국 출신인 것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떤 장애물로 작용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적중하였다. 엑스 재팬과 모닝구 무스메의 큰 팬이 아니었다면 ‘오리콘’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보아를 통해서 였을 것이다. 

소녀시대와 카라쯤 되는 현재로서는 이미 동일한 아이돌 장르에서 양국간의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출신이 부각되고, 레인보우나 애프터스쿨 등의 후발주자들이 낙수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이 후발주자들도 SM과 동일한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 상향식 접근법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한류가 함의하는 원래의 목적이다. 본디 한류라는 큰 지붕 아래에는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 전반을 해외에 ‘판매’하고 싶어하는 제작사와 이를 통해서 한국 문화를 대상 국가에 ‘전파’하고  싶은 정부의 동상이몽이 숨어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미국화로 치환되어 부정적인 의미가 더 커지고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미제의 원쑤, 앞잡이라며 테러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지만, 미국화는 나빠도 한류는 올바르다. 한류의 이면에는 문화 산업을 통한 국가 이미지 상승 등 경제 논리와는 상반된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셈이다. SM의 파리 공연을 ‘브리티쉬 인베이전’에 빗댄 어느 기사는 사실이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기보다는 김치볶음밥을 잘 만들 줄 알았으면 하는 희망사항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게 효과적인 것은 대장금 정도나 됐을 때지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한류의 목적에 오롯이 부합하긴 힘들다. 

한류가 문화 전파의 기능을 할 때, 대중음악에서 가능한 것은 음악과 가사인데 현대의 대중음악에서 전파할 필요가 있는 국가성이 있는가? 그저 Mr. Taxi에서 즉시 즉시 즉시에 반응할 뿐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SM의 국외 진출방식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요소는 애초에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화 전파기능을 차치하고서라도 SM의 상향식 접근은 너무 일본, 미국 진출만을 향하고 있어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우리들도 새삼 놀라고 있지만, 유튜브의 은혜로움을 통해서 국외 진출이 아시아 말고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얻었고, 미국마저도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 단순히 기업에 이익활동에 그치지 않고 한류라는 이름과 목적에 부합한다면 결국 하나의 기준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한글로 된 노래를 넣을 것인지 영어로 된 노래를 넣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해답은 정해져있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결과가 해답은 아니다.


한류의 부흥, 새로운 한류 등으로 평가되는 K-pop 유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SM의 파리 공연은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이라 능동적이며 전략전인 국외 진출이기보다는 LA 교포 위문공연급의 포지셔닝에 더 가깝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 공연에 대한 호응 또한 기획사가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이쯤되면 추측보다는 순전히 뻥에 가까운데, SM 가수들에 대한 호응이 전 유럽을 아우르는 현상이 아니고 그 동네에서 하나의 서브 컬쳐를 만들었다면 그간 뉴스 등을 통해 보아온 일련의 사건을 한류가 아니라 하나의 오타쿠스러운 집단 행동을 해석해보자. 이른바 ‘Made by SM’의 아이돌 특성을 규정지어보면, 세련된 음악과 타겟층에 맞는 쉬운 가사, 그리고 잘 생기고 예쁜 얼굴들, 딱딱 맞아 떨어지는 군무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동양에 대한 환상에 부합한다. 게다가 한국 아이돌의 기원은 대부분이 일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서(그러니까 한국산인데 부품은 일제였다-라는 그런 간지로) 서양 사람들이 일본 문화를 보고나서 느끼던 이국적인 느낌이 한국 가요와 아이돌에게 전이되어 재패미네이션의 대체재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전체적인 모양새로 보면 SM 혹은 여타 기획사들의 전략 하에 이루어진 국외 진출이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에 있는 열성 팬들에게 간택받아 불려간 느낌이 크다. (혹시, 카라가 어떻게 일본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한 일본 개그맨의 살신성인 커밍아웃이 가장 컸다.) 
 

사건 하나로 유럽발 한류를 꿈꾸는 것은 무모할만큼 희망적이다. 물론 이런 내용을 담은 뉴스 한줄이 SM의 주가를 올려줄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대체로 말하는 한류는 국위선양 따위의 (쓸모없지만 말하기 좋은 단어들이 유발하는) 거시적인 예상효과를 함의하고 있어서 기준이 좀 높다. 그래서 공연 하나, 그리고 파리에서 일어난 현상 하나를 한류로 바라보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굳이 한류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더라도 괜히 자랑스럽고 재밌어보이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의 호응이 계속 유지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거품이 빠지고 난 뒤에는 우리 대중음악은 한층 더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쯤되면 우리가 아쉬워하던 것(?)들도 거진 고쳐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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