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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ødbyen

Culture

by BENEDEF 2012. 7. 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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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코펜하겐은 부루마불 덕분에 그나마 지금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게 덴마크 어디엔가 붙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 이상의 무엇을 떠올릴 수 없다. 코펜-헤이-건. 이곳에 온 뒤로 많은 덴마크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한결 같이 내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Why do you choose Denmark?

아마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같은 질문을 해봄직하다. 그렇다. 코펜하겐은 뉴욕이 아니다. 덴마크의 수도이자, 스칸디나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교외지역까지 합치면 약 삼백만 명이 살고 있는 이곳엔, 있을 건 다 있지만 없는 것도 많다. 나이키 직영 매장 하나 없다. 서울과 비교한다면 코펜하겐은 무척 심심한 곳이다. 더군다나, 관광이 아니라 산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나 유럽피안들 사이에서 코펜하겐은 꽤나 평판이 좋다. 잡지 MONOCLE 에서 살기 좋은 도시 2위를 차지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과연 뭐가 그리 매력적인지 이 도시 한 구석을 한번 들여다보자.



홍대, 이태원, 그리고 대학로 등 서울 시내에는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지역들이 있다. 개인에 따라 선호하는 곳이 다를 것이다. 코펜하겐 또한 지역별로 그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지금 언급할 이곳은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코펜하겐의 남서쪽, Vesterbro에 위치한 Kødbyen이라 불리 우는 지역이다. 영어로는 Meatpacking District, 한글로는 축산시장 정도쯤 되는 이곳은 1930년 경 도살장 및 육류의 가공과 판매를 위한 시설들의 군집 지역을 만들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지금도 도매 시장과 몇몇 관련 회사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 갤러리,스튜디오,건설 회사,클럽,바,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에게 트렌디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매주 주말 저녁에는 힙스터들로 밤새 시끌시끌하여,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로 우리의 미의 기준은 스칸디나비아 스탠다드로 변했는지, 덴마크인들 대부분이 예쁘고 잘 생겨 보이는 게 함정이다.



먼저, Kødbyen에 들어가는 입구를 기준으로 왼편에 Pate Pate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Pate Pate는 이미 많은 관광 책자들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Dan 과 Kenn Husted는 건물에 있던 오래된 그림들을 보고, 그곳이 과거에 liver pate(네이버 지식백과 : Pate는 고기나 간을 갈아 반죽하여 Double Boiling하여 만든 것으로, 식욕촉진제로 많이 사용된다)공장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레스토랑 이름 또한 불어인 Pate Pate로 작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직 가보지 않아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스웨덴 여행 중에 만난 한 가게 점원이 코펜하겐에 살고 있다니까 이 레스토랑에 꼭 가보라고 했었던 게 생각이 난다. 가본 이들은 디저트가 정말 맛있다고들 하는데, 이외에도 브런치나 타파스 요리, 와인, 커피 등도 판매하고 있다. 가게 앞에 조그만 광장이 위치해 있어 주변 그림이 제법 좋다. 여름에 야외 테이블에 앉게 된다면 파리지앵 안 부러운 쾨벤하우너가 되어볼 수 있겠다. 다른 블로그에 이 레스토랑에 관한 포스팅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없다면 다녀와서 한번 써보겠다. Kødbyen의 다른 바나 클럽으로 넘어가기 전, 시작으로 좋을 것 같다.




Pate Pate를 지나서 입구를 따라 들어오면 왼편으로 Bakken이라는 바가 있다. 아마 가게 앞에 보이는 엄청난 인파와 들려오는 음악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Bakken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인데, 이곳에선 컨트리 락부터 댄스홀, 힙합, 훵크, 덥스텝 등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서브컬쳐 잡지나 샵에서 주최하는 파티가 종종 이곳에서 열린다. 근래에는 샵 Streetmachine 과 VANS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VANS Syndicate 모델의 런칭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Kødbyen 본래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사용한 시멘트 바닥과 타일로 된 벽, 태깅으로 뒤덮힌 화장실, 그리고 가득 찬 사람들은 낯설기보다 익숙한 인상을 준다. 분명, 한국의 여느 바나 클럽과 비슷한 것 같지만,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다른 에너지가 있다. 이외에 흡연 장소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덴마크의 모든 클럽과 바는 금연이다. 로컬 멋쟁이들을 구경하고 싶다면 Bakken으로 가면 된다. 비니 X 수염 오빠들과 검은 옷의 금발 누나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Bakken을 지나면 한가운데에 자전거를 묶을 수 있는 장소가 넓게 자리하고 있으며(Flæsketorvet), 바로 그 앞쪽에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눈에 띌 것이다. 그곳엔 Mesteren & Lærlingen 이라는 바가 있다. 다른 바들에 비해 규모가 비교적 작긴 하지만, 왠지 편안한 느낌이다. 주말엔 이 좁은 공간 또한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서는 주로 덥과 레게, 댄스홀 등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데, DJ들은 모두 vinyl로만 음악을 튼다. 역시, 태깅을 구경하고 싶다면 화장실에 가면 된다. 기억에 맥주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저렴했던 것 같다.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Flæsketorvet를 기준으로 왼쪽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Karrier Bar가 있다. 거기서 더 올라가면 막다른 길 양 옆으로 V1 Gallery와 Jolene Bar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Jolene Bar 건물 2층으로 Bo Bjerggaard 라는 갤러리가 있다. Karrier Bar와 Jolene Bar 역시 아직 가보지 않아서 정보가 없지만, Bakken과 Mesteren & Lærlingen이 펍에 가깝다면, 이 둘은 라운지 느낌의 바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주엔 V1 Gallery에 다녀왔었다. V1 Gallery는 본래Kødbyen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력을 시작하였지만, 2007년에 현재의 장소로 이전하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제법 오래된 갤러리이다. 지난 10년 동안 HuskMitNavn, Henrik Vibskov같은 덴마크 굴지의 아티스트를 비롯해서, Banksy, Evan Hecox, Rammellzee, Shepard Fairey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시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곳에서도 이전의 바닥과 벽을 그대로 활용한 실내 공간을 볼 수 있다. 조명 또한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조명이 아닌 일반 형광등이다. 지난 6월까지 미국 출신 아티스트인 John Copeland의 전시회가 열렸다. 관람은 물론 무료이고, 아티스트의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티스트들의 전시회가 자주 열리니, V1 Gallery 오피셜 홈페이지(http://www.v1gallery.com) 에서 일정을 꼭 확인하자. Gallery Bo Bjerggaard는 가보지 못했으나 이곳 역시 1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주로 유럽 출신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열린다고 한다. 갤러리가 건물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붕 테라스에서 Kødbyen을 내려다볼 수 있기도 하다. 역시 관람은 무료이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장한다.



다시 한번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곳(Flæsketorvet)으로 돌아가면 반대편 쪽으로도 길게 길이 나있다. 쭉 올라가 왼편의 골목으로 빠지면, 여기서도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엔 KB18이라는 클럽이 있다. Kødboderne 18이라는 길 이름에서 이름을 따온 이 클럽은, 커다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듯한 내부와 거친 분위기가 인상 깊었던 곳이다. 흡사 영국 드라마 시리즈 Skins에 나오는 클럽 같다. Nadastrom(From Mad Decent)의 뭄바톤 파티가 열리던 날에 갔었는데, 귀는 즐거웠으나 웃통 벗은 남자들로 눈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금주부터 코펜하겐 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데, KB18에서도 재즈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KB18 오피셜 홈페이지 (http://kb18.net) 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곳들 이외에도 레스토랑 BioMio, Kødbyen Fiskebar, 찻집 Tante T, 복합 공간(CrossFit + Live music + Gallery) Butcher’s Lab 등 Kødbyen 에는 재미난 곳들이 많다. 생각보단 그리 넓지 않아 훑어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에선 관광객을 보기 힘들다. 그 말인즉, 로컬이 많다는 얘기다. 인어공주를 보러 가는 것도 좋지만, 로컬이 되어 그들의 문화를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자. 코펜하겐의 불금 불토는 Kødbye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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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 지훈 (덴마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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