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사진을 처음 마주한 것은 몇 년 전 구립도서관에서였다. 어려서부터 아주 약간의 책중독(활자중독과는 약간 다르다. 나는 텍스트 그 자체보다는 책에 집착하는 편이다.) 증세를 보이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 혹은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는 것을 소소한 취미로 삼고 있다. 그날 역시 서가의 나무내음과 오래된 종이의 콤콤한 냄새의 앙상블에 취해 이리저리 기웃대던 중이었다. 항상 해오던 대로 예술영역의 서가부터 이 잡듯이 뒤지던 내 눈에 한권의 책이 어리었다. <사랑의 방>. ‘남녀의 애절한 신파극 소설의 제목일 법한 이 책은 뭐지? 여기에 소설이 있을 리는 없고….’라는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 책을 꺼내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책장 위에는 하얀 빛이 가득한 공간들이 곱게 인쇄되어있었다. 원체 노출이 과다된 사진과 파스텔 톤을 좋아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 입각한 것이지만 어찌되었건 그 사진들에 꽤나 압도되었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이 사진들을 담아낸 '베르나르 포콩'에 대해 찾아보았으니 말이다. 간단한 타이핑과 마우스 질을 통해 얻은 것은 그가 프랑스 작가이며 어디에서 무엇을 공부했고 어떠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는가였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홈페이지를 찾아갔다. 작품을 좀 더 곱씹어 보기 위해 보기만 해도 눈앞이 하얘지는(마치 그의 사진처럼) 영어를 더듬더듬 읽어볼까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이미 나는 그의 사진에 완전히 빠져버렸는데 말이다.
Public Sounds 독자 여러분도 나와 같기를 바라며 그의 사진을 몇 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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