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을 끝없이 후회해본 적 있나요? 머리가 지근해져오고 마음이 한없이 아파온 적은요? 자신의 자만심이 결국은 자신의 바닥을 들어낸 적은요?
저는 지나간 과거의 누군가가 저를 떠올리며 쓴 글에 무너졌고 날카로운 깨달음과 냉혹한 현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를 안고 여전히 살아갑니다.
<백사장>
그를 생각하면 허연 모래사장이 떠오른다. 파란 하늘과 더 파아란 바다와 늘 닿을락 말락 닿을락 말락 아스라이 거리를 유지하는, 죽은 조개들의 무덤과도 같은 백사장. 그
곳엔 생을 다한 조가비의 수만큼 그를 향한 감정들이 숨겨져있다. 부드러운 모래가 사라락, 발걸음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때
가끔 걸리는 둔탁함과 자잘히 부숴진 조각들의 기억. 흐릿하고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폴라로이드를 대하듯 뒤엉키고 섞인, 몽롱한
기억들을 새기다 그저 하늘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나의 백사장.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탓에 한없이 그 모래의 감촉을 느끼고자 하지만, 그 곳은 이미 내겐 죽어버린 성지일 뿐.
자
신의 빼앗긴 영토를 바라보는 왕의 마음이 이러한가. 자신의 쇠한 장기와 늙은 얼굴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이러한가. 울컥 터지는
울음도,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도 아닌 울음으로도 차마 승화될 수 없는 벅차도록 아픈 가슴이 그 모래 한알 한알에 새겨져 있다.
파란 하늘 때문에 더 파아란 바다 때문에 더욱 눈이 부신 가는 입자의 백사장에는 그의 웃음과 그의 얼굴과 그의 깨진 이빨이 묻어져 있다. 조가비의 탈을 쓴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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