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이 된 내게 지금까지도 한결같은 판타지 <Paradise Kiss> 중학교 2학년때 기말고사 마치고 겨울방학 돌입했다. 방학 초입에는 무조건 놀아줘야 한다는 나름의 룰에 따라 한겨울에 뭘할까 찾다가 친구의 간증 아닌 간증으로 코믹북 세계의 입갤했다. 당시엔 얼마나 환상적이던지 이전엔 무슨재미로 살았나 싶을정도로 황홀했다. 순정만화부터 학원물까지 전부 마스터하는데 그정도 되면 누구나 경험해봤겠지만 책방 아저씨랑 친해져서 과자 얻어먹고 한다. 순정만화에서는 보면 볼수록 녹아내리는 포옹씬 혹은 키쓰신, 학원물에서는 하이킥으로 날아오르는 순간!의 씬은 명장면 of 명장면 이기때문에 칼로 틈없이 cutting 들어간다. 추억 새록새록~ 너무 잦은 칼질로 만졌을때 두께가 심하게 티난다 싶으면 아저씨한테 직접 반납 안하고 반납통에 몰래 넣고 뛰었다. 창문밖으로 아저씨가 볼수도 있으니까! 어린 심정에 나름의 범법이었으려나? 개학하고도 겨울방학과 봄방학 그 사이에는 선생님들마저 수업에 손을 놓으시잖아. 영화 비디오를 틀어주고... 그때 나는 학교정문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우리집과 우리집 앞의 책방을 쏜살같이 왕복하며 친구들과 함께 영화시간에 읽을 만화책을 돌려봤었다. 뭐 내 청소년기 코믹북 이력은 대충 이러하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어댈 15살 사춘기 소녀가 순정만화에 발 들이면서 가장 첫번째 읽었던, 아니 느꼈던 책이 바로 <Paradise Kiss>이다. 당시엔 어머나!!! 꺅꺅!!! 거리면서 명장면 컷팅기술 써가며 밤새 읽어댔었는데... 읽고 또 읽고... 그러다 작가 야자와아이 작품은 다 읽었던거 같다. <NANA>는 사실 너무 지루해서 아직도 결말을 보지 못했다. <Paradise Kiss>가 23살이 된 지금까지 언급되고 기억되는건 처음, 만화책의 처음이라 그랬을지도... 15살의 <Paradise Kiss>는 만화책을 끊던 중3 시기에 맞물려 기억속에서 잊혀졌다. 그 이후로는 심심할때도 만화책을 찾아본 적이 없으니 내 평생 만화책은 15살 이후로 끊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여름 즈음 문득! 정말 갑자기! <Paradise Kiss>가 보고싶어졌다. 며칠뒤 고민없이 yes24 사이트에서 <Paradise Kiss> 5권 전권 결제했다. 이때 회사로 택배가 왔었는데 선배들 다 보는 자리에서 뭐야 뭐샀어? 뜯다가 만화책이라는걸 들통나고는 동료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애냐?" "완전 애네" "헐 덕후같아" 등등........ 근데 내게 <Paradise Kiss>에 대한 사랑이 덕후라는 단어로 명명된다면 그 또한 흔쾌히 받아드리리. 그정도였다. 여름 비가 내리는데 방안에 엎드려 선풍기 틀어놓고 말풍선 하나 빼지 않고 한글자 한글자 읽어내려갈때 어찌나 행복하던지. 작년 여름 내게 <Paradise Kiss>는 더위를 잊을만큼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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