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스티브 잡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유산들은 남아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크리에이티브로 IT업계의 판을 다시 짠 그다. 사과 로고가 새겨진 제품을 한번이라도 만져본 이라면 그의 위대함을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2011. 10. 6. 그가 떠났다. 공수레 공수거라는 선인들의
말을 빌어 보면 결국 그 역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동 시대의 인간들이 소유하고 싶은 매력적인 물건들을 남겨두고 갔다.
그의 한결같은 디자인 철학은 디터람스의 'less is more'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간결함과 절제된 디자인에서 오는 미학의 정점을 그는 알고 있었고 쉽게 연결 시키기 힘든 IT 제품으로 그것을 실현 시켰다.
그의 패션 역시 디자인 철학과 끈을 같이 하고 있다. 이세이미야케의 블랙 터틀넥,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발란스의 993 운동화. 언제 어디서나 그는 한결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세이미야케의 터틀넥은 단종된 이후에도 주문제작하여 계속 구입을 했다는 후문이 따른다.
그의 심미적인 감각과 완벽함에 대한 철학이 만들어 낸 애플의 제품들과 그의 일상. 췌장암
발병 후 사막의 끝을 달려가는 듯한 불안함이 언제나 그의 마음 속에 가득했으리라. 그것이 그를 더 단련시키고
채찍질 한 것 같다.
스티브 잡스를 보내는 마음을 가장 한국적인 시 한편으로 마무리 해야겠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제 그는 갔지만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