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피부트러블 002 : Conceptual Skull of Know1edge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6. 09:35

위는 현재 무신사스토어(사진출처:무신사)에서 판매중인 스케이트보드컬쳐 기반의 홍콩발 브랜드 날리지(Know1edge)의 티셔츠이다. 날리지가 만들어낸 그래픽에 흥미를 느껴 몇자 끄적여본다. 일단 그래픽의 기원은 폴란드 아티스트 나탈리아 라크 라호비츠(Natalia LL, 본명 Natalia Lach-Lachowicz 그러나 보통 표기상 LL로 표기)의 1975년作〈Post-Consumer Art〉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폴란드의 대표적인 개념예술가중의 한명인 나탈리아의〈Consumer Art〉와〈Post-Consumer Art〉를 일단 한번 감상해 보자.

www.nataliall.com
www.musinsa.com/ks/home/musinsa/mall.php?cat=062501&q=view&uid=9347

Consumer Art (Sztuka Konsumpcyjna), 1972




Consumer Art, 1974


Post-Consumer Art(Sztuka Postkonsumpcyjna), 1975


1960년대에 구체화된 개념미술(conceptual art)은 '시각적인 미의 관점'과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전통적인 예술의 정의에 반기를 들고 개념(concept)이나 발상(idea) 자체가 예술이 될수 있다고 여기는 새로운 미술사조였다. 예술작품이라고 해서 봤다가 "이게 무슨 예술이야" 라고 생각했던 황당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예술의 시작이 바로 이 개념미술에서부터이며 그렇듯 개념미술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태어나고 있다.

1970년대 나탈리아의 위 작품들은 사실 어떠한 의도로 제작되어졌는지까진 잘 알지 못하겠다. 하지만 언제나 강조하듯 예술가들의 의도대로 작품을 감상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겐 없다. 그것이 아무리 '작가의 의도'를 중요시 여기는 개념미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십수년 미술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암기하고 OMR카드 안에서 하나의 답만을 강요해온 이땅의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의 자유로운 감상마저도 용인하지 않는듯 싶다. 예술을 감상하는 목적을 구지 말하라 한다면 그건 자신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느끼거나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고 이같은 행위는 개인의 삶과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의 '틀린' 감상, 그것은 하나의 창조를 의미한다.

나 개인적인 감상은 바나나나 크림을 먹는 여자의 모습에서 포르노그래피가 연상이 된다. 남성의 성기나 정액을 상징적이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야릇한 상상을 하게끔 제작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이같이 은유적으로 섹슈얼리티를 끼워넣는 표현법이 흔하지만 작품을 했던 그당시엔 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전영화에서 남녀주인공의 섹스를 장작불이 타는 모습으로 대체ㅋㅋㅋ하는 씬이 뚱딴지 같이 떠오르는데 어찌보면 이 역시 굉장한(그러나 참으로 아쉬운) 개념미술이 아니었던가ㅋㅋㅋ



다시 티셔츠애기로 돌아와서 날리지는 나탈리아의 작품에 인상을 받았던 것일까. 나탈리아의 이〈Post-Consumer Art〉중 한컷과 이쪽 문화의 상징인 해골을 결합해 멋진 그래픽을 완성하고 있다. 중요부위가 직설적으로 노출되는 다른 엄혼티(엄마한테 혼나는 티)와 다르게 나탈리아의 개념미술에서 수위를 벗어나지 않지만 보는이로 하여금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 부분을 가져와 엄혼을 불어넣은 부분이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아 변태새키" 한다면 "이건 크림 먹는 여자야 (혹은) 나탈리아의 예술작품이야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건데?" 라고 받아칠 여지는 있지 않은가ㅋㅋ

이 바닥의 여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날리지 역시 자신들의 취향을 티셔츠에 담아내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이처럼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래픽은 흥미를 유발한다.